피알게이트 블로그

일상 속 골목의 재발견, 한남동 구슬모아 당구장 본문

신사동, 오늘

일상 속 골목의 재발견, 한남동 구슬모아 당구장

피알게이트 2016. 7. 29. 10:48

Pick! 한남동의 숨은 핫플레이스를 찾는다면, 일상에서 새로움을 찾는다면!

 

여러분은 혹시 한남동에 와 보셨나요? 피알지앵들이 사랑하는 이곳, 한남동은 정말 매력적인 곳입니다. 흔히들 맛집을 검색하면서 많이 와 보셨을 텐데요. 사실 한남동의 매력 중 맛집은 일부에 불과하답니다. 공방 등 디자인 작업실이 많아 잡지에서 바로 튀어나온 것 같은 패션 피플들을 어디서나 만날 수 있고, 바버샵이나 맞춤 양복점처럼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가게들도 있습니다. 이런 매력이 골목 곳곳에 숨어 있고 새로 생기기도 해서, 한남동에서 오래 지낸 사람도 가끔은 평소에 자주 안 다니는 골목길로 걸어가 보곤 합니다.

 

오늘은 쓱- 지나가면 절대 눈치채지 못할, 그렇지만 꼭 한 번 가 봐야 하는 한남동의 숨은 핫플레이스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바로, ‘구슬모아 당구장’입니다.

 

 

골목길 속 숨은 핫플레이스, 구슬모아 당구장

 

구슬모아당구장
골목길

 

구슬모아 당구장은 한남오거리에서 독서당로를 따라 금호역 방면으로 1분 정도 걸으면 나오는 골목에 위치해 있습니다. 멀리 당구장 모양의 간판이 보이시나요? 이런 모습 덕분에 흔한 동네 당구장으로 생각하고 지나치기 쉬운데요. 사실 이 곳은 대림미술관과 한 식구인 디뮤지엄 프로젝트 스페이스입니다.

 

구슬모아당구장 간판

 

2012년 11년 개관한 구슬모아 당구장은 다양한 분야의 역량 있는 작가들을 위한 실험적인 전시 공간으로, 디뮤지엄(2015년 12월 개관)보다 훨씬 먼저 오픈했습니다. 방치되어 있던 당구장 공간과 이름을 그대로 살려서 만든 곳이라고 하는데요. 그만큼 쉽게 들를 수 있는, 어렵지 않고 친근하고 편한 문화예술 공간입니다. 개관 이래 2015년까지 총 26팀의 크리에이터, 27회의 전시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젊은 크리에이터의 작품을 선보여 왔습니다. 2016년 공모로 선정한 5팀의 크리에이터의 전시를 지원하고 있으며, 7월 현재는 ‘코우너스’가 그 주인공입니다.

 

디뮤지엄 프로젝트 스페이스
현장학습

 

코우너스는 2012년에 시작된 그래픽 디자인, 인쇄, 출판 스튜디오로, 리소그라프(Risograph) 인쇄를 중심으로 한 웹, 인쇄 매체, 공간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인쇄소를 운영하며 자주 찾은 을지로, 충무로 풍경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작품들이 이번 전시의 주인공입니다.

 

 

리소그라프 인쇄로 재해석한 골목 풍경, <코우너스: 현장학습>

코우너스 현장학습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코우너스: 현장학습> 전시를 이해하기 위해, 먼저 리소그라프 인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리소그라프는 실크스크린 방식의 디지털 공판인쇄기로, 잉크를 여러 번 겹쳐서 찍는 ‘오버프린팅’ 작업이 가능하도록 합니다. (참고: 리소코리아의 공판인쇄기를 활용한 ‘리소그라프’) 오버프린팅을 쉽게 설명하면, 종이에 이미지가 한 번에 인쇄되는 것이 아니라 한 번에 특정 잉크만 인쇄되어, 같은 종이를 여러 번 넣어 여러 잉크로 완성 이미지를 얻는 방식입니다.

 

리소그라프 1
리소그라프 2
리소그라프 3

눈치채셨나요? 리소그라프 인쇄의 장점은 특정 색만 인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위 이미지는 거리나 건물 안의 사물을 사진으로 찍어 인쇄한 것으로, 인쇄하지 않고 빈 채로 남겨둔 부분을 변형해 흥미롭고 유용한 사물과 공간으로 만들고자 하는 의도를 담고 있습니다. 자전거 뒤 짐칸이너무 좁으면 끈이나 아크릴 합판을 가지고 짐칸을 넓힐 수 있듯이, 필요에 의해 사물이나 공간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것이죠.

 

현장학습 작품 1
현장학습 작품 2

 

이렇게 일상의 풍경, 사물이 새롭게 기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면서 고민하는 과정을 그래픽화하면 위와 같은 패턴을 만들 수도 있고, 이를 활용한 포스터나 에코백, 엽서, 책 등 예쁜 결과물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코우너스: 현장학습>은 이 작업을 여러 번 해 온 코우너스 스튜디오 작가들이, 서울 충무로와 을지로의 인쇄 골목에서 발견한 것들을 소재로 이를 재해석하면서 인쇄물 제작 과정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일상 속 인쇄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자 하는 전시입니다.

 

 

익숙함 속의 아름다움, 충무로와 을지로의 인쇄 골목

 

충무로 을지로 인쇄골목 1
충무로 을지로 인쇄골목 2

 

어떻게 보면 좁고 지저분해 보일 수 있는 충무로와 을지로 골목에서, 작가들은 생각보다 아름답고 디자인적 영감을 주는 부분을 많이 발견했다고 합니다. 동네 가게 앞에 벽돌을 쌓아서 예쁜 화분을 만들어 둔다거나, 약국 앞에 어울리지 않게 화단을 만들어 꽃을 많이 심어 두었는데 다시 보니 그 장면이 생각보다 아름답다거나 하는 것입니다. 위 사진과 패턴들은 이 ‘현장 학습’의 조사 자료와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커튼을 지나 골목으로 들어가 보실까요?

 

코우너스 현장학습 커텐
선반
현장학습 작품

 

커튼 너머에는 종이함, 종이건조대, 선반 등이 있는데, 제작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실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합니다.

 

인쇄소

 

그 안쪽 공간의 작품들은 인쇄소를 옮겨 둔 것으로, 인쇄소 응접실의 원형 테이블, 인쇄소 사장님 자리, 인쇄를 의뢰한 손님 자리 등이 연출돼 있습니다.

 

당구대 오브제

 

구슬모아 당구장에 당구대가 빠질 수 없겠죠? 당구대 위에는 여러 오브제가 놓여 있는데, 합판이나 아크릴 등 자재를 필요한 만큼 자르면 남아서 버리게 되는 자투리 조각들을 모아둔 것입니다. 이 자투리가 누군가에게는 기념적 요소로 새롭게 탄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구슬모아 당구장과 <코우너스: 현장학습> 전시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코우너스의 시각과 ‘현장 학습’으로 재탄생한 을지로와 충무로 골목, 어떠셨나요?

 

매일 익숙하게 보는 풍경이 지루하다면, 일상에서 새로움을 발견하고 싶다면 이곳에 꼭 들러보세요. 새로운 시선으로 익숙함 속에서도 새로운 물건, 새로운 공간, 새로운 재미를 경험할 수 있는 하루가 되시길 바랄게요!

 

구슬모아 당구장: 서울특별시 용산구 독서당로 73-4, 02-3785-0667

 

 

 

참고자료

구슬모아 당구장 홈페이지

헤럴드경제, 리소코리아의 공판인쇄기를 활용한 ‘리소그라프’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