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을 파는 대표 주자, 뷰티 브랜드의 소통 방법은 ‘진화 중’
코로나19를 지나온 뷰티 업계가 변화를 맞고 있다. 엔데믹으로 전환이 이루어지면서 다양한 온오프라인 마케팅 활동이 늘어나는 가운데 특히, 건강과 환경 문제에 대해 높아진 소비자들의 인식에 부응하고자 이미지 중심의 접근 방식을 탈피해 내적인 가치와 신념을 앞세우는 행보가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트렌드가 ‘클린뷰티’, ‘비건뷰티’ 등이다. 피부에 유해한 성분 배제는 물론, 동물 실험을 지양하고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는 등이 해당된다. 데이터 전문 기업 오픈서베이에 따르면, Z세대의 51.5%와 M세대 54.7%가 착한 소비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을 정도로 이제는 무시할 수 없는 트렌드가 되었다.
우연의 일치처럼 최근 팝업 스토어를 연 뷰티 브랜드들 역시 ‘친환경’ 가치를 지향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국내에서 탄탄한 네임밸류를 자랑하는 록시땅,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디어 클레어스 그리고 신생 브랜드 롱테이크가 그 주인공. 브랜드를 알리고 소비자를 팬으로 만들기 위해 보다 직접적이고 친밀한 소통을 위해 문을 연 오프라인 공간을 통해 각 브랜드들은 본인들의 가치를 어떻게 전달하고 있는지, 각각이 택한 소통 방식을 살펴보았다.
우리를 제대로 알려줄게!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프랑스 뷰티 브랜드 록시땅은 왜 팝업스토어를 오픈했을까? ‘스테이 2.0’이라는 이름에서 ‘록시땅의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공간인가’라는 호기심으로 방문한 팝업은 한남동 주택가 가파른 골목길을 한참 올라가야 만날 수 있다. 위치가 썩 좋다고 보기는 어려운 곳에 오픈했다는 점만 봐도 브랜드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실제 방문한 날이 평일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상당한 방문객이 있었다.
초기부터 지금까지의 브랜드의 올곧은 행보를 한 눈에!
록시땅 스테이 2.0은 브랜드의 친환경 활동, 업사이클링 아트워크를 글과 사진을 통해 ‘보여주는’ 정보 전달의 측면이 확실히 돋보였다. 기업이 스토리텔링을 주도하여 기업이 추구하는 정보와 가치를 친절하고 명확하게 전달했기 때문에 관객과의 거리감이 제일 좁았던 전시기도 했다.
록시땅 스테이 2.0은 히스토리 전시로 시작된다. 브랜드 초기부터 대량생산이 아닌 전통 제조법으로 비누를 제조해왔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 전통 문화 유산을 통해 자연과의 건강한 공존을 추구하는 브랜드 철학이 역사에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지속가능성이라는 철학에 기반해 지속해온 행보야 말로 색다른 컨셉이나 제품력을 내세우는 신생 브랜드는 흉내 낼 수 없는 가치일 것. 본 전시에서 소개된 ‘록시땅(L’OCCITANE)의 6가지 약속’을 보면 그 신념이 46년이라는 세월을 거치며 더욱 세분화되고 발전되어 온 것을 알게 된다. 아마 록시땅 스테이를 방문하고 돌아가는 소비자라면 적어도 브랜드의 진정성에 대한 자연스러운 ‘믿음’이 생기지 않았을까. 이것만으로도 온라인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오프라인을 통해 전달하고자 한 록시땅 스테이 2.0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되지 않았을까 싶다.
‘4인의 아티스트’, 록시땅 제품을 리사이클링한 콜라보 전시
이번 팝업은 ‘RE:GENERATION’이라는 테마 하에 업사이클링 아티스트 4인과의 콜라보를 통해 각자의 방식으로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전시도 함께 진행됐다.
폐 마스크를 활용해 만든 의자와 조명, 록시땅의 천과 에코백으로 만든 록시땅 제품 아트피스, 록시땅 플라스틱 공병을 재활용해 만든 굿즈, 유리공예가의 손길을 거쳐 재탄생한 록시땅 유리공병 등 다양한 작품들이 1층과 2층을 걸쳐 전시됐다. 특히, 의자는 방문객들이 직접 앉아서 쉴 수 있어 리사이클링을 보다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각 아트피스는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 구성에도 톡톡히 기여함으로써 방문객들의 인증샷을 유도, ‘리사이클링’이라는 가치를 재밌게 경험할 수 있게 장치 역할도 했다.
굳이 아쉬움을 꼽자면 <록시땅 스테이 2.0>은 부제-‘에코뮤지엄’ ‘RE:GENERATION’-에서도 보여지듯 말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 보니 브랜드를 알고 시각적으로 즐길 거리는 충분했던 반면 촬영 외 스스로 느끼고 경험하게 하는 요소는 상대적으로 적게 다가왔다. 그래도 규모나 스토리텔링 면에서 빅 브랜드만이 할 수 있는 브랜드의 행보와 비전을 충분히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우리가 너에게 닿기를…
최근 MZ세대를 대상으로 내면을 가꾸고 건강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이너 뷰티’가 부상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남에게 보여줄 목적이 아닌, 나만의 행복과 만족을 우선시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동물실험과 동물성 원료 사용을 지양하여 ‘크루얼티 프리’ ‘비건 프렌들리’ 브랜드로 주목을 받고 있는 민감성 스킨케어 브랜드 디어 클레어스 또한 일상을 꼭 필요한 것으로 채우고 즐기는 “균형 있는 삶”이라는 따뜻한 브랜드 철학을 내세워 ‘이너 뷰티’를 실천하고 있다. 디어 클레어스가 ‘미드나잇 블루 라인’을 론칭하며 오픈한 ‘미드나잇 인 서울’ 전시에서도 외적인 미가 아닌, 내면의 건강과 웰빙(well being)에 초점을 둔 포인트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영상과 음악을 통해 위로를 전하다
디어 클레어스의 ‘미드나잇 인 서울’의 전시는 코로나 이전의 다양한 서울의 낮과 밤 일상들을 감성적인 영상미와 편안한 음악과 함께 담아내 “당신의 소소한 행복이 담긴 밤은 어떤 모습이었나요”라는 질문을 마지막에 던지는 것으로 구성됐다. 특히 안락한 소파, 세 면으로 이루어진 넓은 화면, 그리고 아로마틱한 향까지 삼박자가 어우러진 메인 존 “MIDNIGHT ZONE’의 편안한 환경 속에서 평범하지만 코로나로 잃어버린 소중한 일상들을 보여줌으로써 디어 클레어스가 전달하고자 한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를 느낄 수 있었다. 코로나로 지쳐가던 나의 일상을 공감해주고 그럼에도 현재 누릴 수 있는 일상적인 행복이 있다고 다독여주는 듯한 메시지에 위로를 받은 것. 디어 클레어스가 말하는 일상을 통해 균형 잡힌 삶이라는 브랜드 가치에 대한 공감과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소소한 서프라이즈 선물로 행복을 전하다
다양한 체험형 이벤트를 통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을 전달하려는 노력도, 디어 클레어스가 추구하는 내적 가치와 맞닿아 있었다. 인스타그램 포스트 업로드 시 증정되는 본품과 마음에 드는 제품 투표 시 선택할 수 있는 샘플 6종 모두 지친 일상 속 즐거움과 행복을 준 서프라이즈 선물과도 같았다. 더군다나, 샘플 종류를 직접 선택할 수 있었던 점, 셀렉한 샘플을 정갈한 미니 박스에 담아주는 디테일도 친근함과 배려가 돋보여 브랜드의 감성적인 터치가 느껴졌다.
코로나로 지친 마음을 위로하자는 취지의 ‘미드나잇 인 서울’ 전시는 ‘MIDNIGHT ZONE’의 영상을 감상하고 위로 받은 마음이 ‘BLUEMING ZONE’에서 만난 미드나잇 블루 제품에 대한 긍정적인 첫인상으로 연결되었다. 편안함을 선사한 디어 클레어스의 전시처럼, 이 제품도 ‘미드나잇’이 오기 전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내 피부에 쉼과 휴식을 줄 것 같은 기대감으로 이어진 것. 무엇보다 전시와 제품의 속성을 꼼꼼하게 연결시켜 제품의 컨셉을 자연스럽게 각인시켰다는 점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우리는 어떤 브랜드라고 생각해?
깜깜하고 좁은 계단을 조심스럽게 내려가면, 어둑하고 신비스러운 깊은 숲 속을 연상시키는 핀 조명 아래에 우드칩과 나무 밑동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소비자 중 40%가 천연 성분을 선호한다(출처: 미국 시장조사기관 닐슨 IQ)는 최신 뷰티 트렌드에 어울리는 이 브랜드는, 아모레퍼시픽이 지난 4월 론칭한 브랜드다.
오감을 통한 브랜드 경험
‘롱테이크(Longtake)’ 전시는 브랜드에 대해 긴 설명 대신 ‘롱테이크(Longtake)’를 상징하는 상징물로 가득 채워진, 그리고 오감으로 체험하게 한 놀이터 같았다. 바닥은 우드칩으로 덮여 있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발 끝으로 우드칩을 느끼며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마치 진짜 숲 속에 와 있는 듯했다. 곳곳에는 나무 밑동 위 새소리가 담긴 헤드폰, 브랜드 철학을 설명하는 영상이 재생되는 스크린을 비치해 체험을 유도했다. 헤드폰에서 들려오는 새소리는 숲의 느낌을 한 층 더 고조시켰고, 브랜드 철학 영상을 보고 있자니 숲에서 영감을 받은 그 순간으로 이끌리는 듯했다.
전시 공간 마지막에서는 제품의 향을 맡아보고 체험해 볼 수도 있었다. 전시 공간 전체에서 오감을 활용하여 좁은 공간에서도 최대한 강렬한 경험을 남기고자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다.
타깃을 끌어들여 질문을 던지다
롱테이크의 팝업은 친절한 설명보다는 ‘유도’의 성격이 강한 전시였다. 나무테가 시계 방향으로 펼쳐지는 영상, 향을 입힌 샌달우드를 주머니에 담는 체험 등 모두 명확한 의도를 담아내지 않아, 소비자가 직접 그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보아야 한다. 이 모든 상징들은 결과적으로 브랜드의 핵심 관념인 숲, 나무, 시계와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느슨하게, 그러나 유기적으로 연결된 전시는 소비자로 하여금 향, 오브제, 이미지, 음향 그리고 영상들을 자체적으로 해석하여 롱테이크의 브랜드 스토리텔링에 참여하게끔 한다. 그리고 전시 공간을 나와 제품과 브랜드 설명을 마주하기 전, 관객들은 우드칩을 밟는 촉각, 샌달우드의 향 그리고 숲을 형상화한 공간 등 여러 퍼즐조각들을 분석·해석하며 롱테이크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이미 마음 속으로 구축하게 되는 것이다.
전시 후에도 이어지는 브랜드 경험
‘롱테이크(Longtake)’라는 이름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고 한다. 첫째, 향의 지속성. 둘째, 향은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는다는 메시지. 기브어웨이 중 하나로 작은 주머니에 담아온 샌달우드 파우치는 기대 이상으로 ‘향의 지속성’이 길어 롱테이크라는 브랜드를 다시한번 떠올리게 했다.
어찌 보면 인지도 없는 신규 브랜드가 론칭하면서 가장 필요한 관심 환기 및 인지도 구축을 위해 브랜드의 주인이고 싶어하는 MZ 세대의 트렌드를 똑똑하게 활용한 브랜드 론칭 전시였다. 한가지, 다 보고 나오면 당연히 향수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없어서 모두 당황했다는 후문. 그러나, 호기심으로 끌어들이고 체험을 통해 브랜드를 이해하고 기브어웨이를 통해 브랜드를 다시한번 떠올리게 했던 본 행사는 여전히 강렬한 여운으로 남아있다.
“SY, JW, HB이 다녀온 달라도 너무 달랐던 뷰티 팝업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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