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알게이트 블로그

공간에 이야기를 담다, 브랜드 팝업 트렌드 탐험기 1탄#리빙 본문

PRG 매거진

공간에 이야기를 담다, 브랜드 팝업 트렌드 탐험기 1탄#리빙

피알게이트 2022. 5. 18. 16:30

유독 침대나 매트리스는 ‘한 번 살 때 좋은 브랜드 제품을 사서 오래 쓰자’라는 생각이 일반적이다. 즉, 꼼꼼히 따져보고 큰 맘 먹고 구매하는 전형적인 고관여 제품 중 하나. 이에, 매트리스 브랜드들도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우며 혼수 타겟을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결혼하면서 신혼부부가 침대나 매트리스를 처음 구입하거나 혼자 살 경우 부모가 사준 매트리스를 그냥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던 예전과 달리, 요즘의 MZ세대는 자기가 사용할 매트리스는 스스로 알아보고 구매한다. 

이런 변화에 맞춰 주요 침대 브랜드들도 바뀌고 있다. 단순히 주력 제품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기존 방식을 탈피하여 MZ세대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위한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는 것. 아마 이는 MZ세대가 당장 침대를 구매할 메인 소비층이 아닐 수 있지만 ‘언젠가 침대를 구입할’ 잠재 고객이자 실제 구매할 장년층 타깃에게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유독 브랜드를 스스로 따져보고 구입하는 MZ세대에게 브랜드를 각인시키기 위해 어떠한 기획과 전략을 통해 MZ세대에게 브랜드를 어필하고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고 있는지 매트리스 브랜드 3곳의 팝업스토어와 매장을 직접 살펴보았다. 

“우리 브랜드가 얼마나 전문성을 갖췄는 줄 알아?”
다양한 브랜드 에셋 중에서도 가장 효과적인 소재 선정하기!

 


수입 브랜드인 씰리는 MZ세대에게 친숙한 브랜드는 아니다. 과거 꽤 오랫동안 씰리 홍보를 담당하기도 했지만, 이번 팝업스토어는 씰리의 색다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였다. 

씰리는 이번 팝업을 통해 브랜드의 전문성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100년이 넘는 시간동안 편안한 잠자리를 위해 꾸준히 달려온 침대 브랜드로서 팝업스토어에서 만나게 될 소비자들에게도 이런 아이덴티티를 강조하기 위한 고민이 보였다.

긴 시간동안 침대에 집중했던 브랜드이기에 긴 세월간 쌓여온 브랜드 에셋도 어마어마했을 거다. 이번 팝업 스토어에서 히스토리 재조명하겠다고 결정을 한 후에도 워낙 긴 역사이다 보니 다양한 소재 중에서 어떤 걸 강조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을 터. 


씰리는 과거 해외 프리미엄 매트리스임과 동시에 자사 제품에 들어가는 스프링이 과학적이라는 점에 대해 강조해왔다. 정형외과 의사와 협업하여 가장 편안하게 숙면을 취할 수 있는 자세를 만들어주는 스프링을 개발했고 이를 업그레이드하면서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팝업 스토어는 달랐다. 스프링이 아닌 목화를 강조했다.  지금 제품 구매를 앞둔 사람들은 얼마나 편한지, 허리가 아프지는 않을지, 내구성이 좋은지 등을 따져 스프링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겠지만 브랜드 전반에 대한 스토리를 효과적으로 풀어 내기에는 ‘목화’를 놓칠 수 없었다고 판단한 듯하다.

먼저, 목화 농장에서 일을 하다 우연히 목화 더미에서 잠을 자고 난 후 피부병이 사라지고 꿀잠을 잤던 경험에서 시작된 브랜드라는 점에서 착안, 현재 판매하고 있는 실제 침대를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을 미국의 목화 농장처럼 꾸몄다. 또, 유튜브 채널 <세상의모든지식>과 콜라보하여 만들었던 브랜드 스토리 영상을 틀어 놓았다.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목화 농장’ 비주얼을 통해 브랜드의 시작을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한 것. 

이 공간의 반대편에도 목화는 이어진다. MZ 세대 소비자들의 방문을 기대하고 만든 공간이기에 목화에 둘러쌓인 의자에 앉아 인증샷을 찍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이 공간은 ‘Sleeping on a Cloud’라는 씰리의 슬로건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솜을 소재로 다양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는 노동식 작가와 협업했다. 브랜드가  만든 공간이 아닌, 아티스트가 조성해준 공간을 통해  특별함을 더했다.

씰리는 팝업스토어에서 찍은 인증샷을 지정된 해시태그로 SNS 업로드하면 목화를 선물로 증정하기도 했다.

다시 보니 외부도 ‘목화’가 적용되어 있었다. 외부 윈도우 디스플레이를 목화와 침대로 작업하여 팝업스토어를 방문하지 않아도 그 골목을 지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쳐다보게 만드는 예쁜 공간을 마련해뒀다. 

어떤 마케팅 캠페인이든 가장 효과적인 소재를 뽑아내는 것부터 시작된다. 팝업 스토어 기획도 마찬가지다. 브랜드의 다양한 에셋 중에서도 어떤 이에게, 어떤 곳에서, 어떤 목적으로, 브랜드 스토리를 풀어낼 수 있을지를 뽑아내는 건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마케팅 기획자라면, 오늘부터 고민을 시작해보자. 우리 브랜드에 딱 맞는 ‘목화’는 뭐가 있을까?

 


“우리 브랜드가 얼마나 트렌디한 줄 알아?”
소비자와 잘 놀면서 인기쟁이가 될 수 있는 포인트를 확장시키기!


지난 2015년 시몬스 안정호 대표는 N32 컬렉션을 선보이는 ‘시몬스 컨템포러리 N32 컬렉션 기념 특별 전시회’ 자리에서 “기술력 뿐만 아니라 디자인적 역량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이때부터 시몬스는 디자인을 통해 브랜드를 가꾸어 나가는 것을 방향으로 잡고 다양한 제품과 마케팅을 선보였으며, 최근 팝업스토어와 콜라보 등을 통해 정점을 찍고 있다.  

“침대 없는 침대 매장” 
수면 전문 기업 시몬스가 올해 2월 청담에 오픈한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팝업스토어는 브랜드의 핵심 아이덴티티인 ‘침대’와 ‘수면’을 버린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기존 고급스럽고 값비싼 시몬스 침대 이미지 대신 우리 브랜드도 충분히 트렌디하고 힙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는 시몬스의 대표 제품 대신 MZ세대가 좋아하는 굿즈와 소품을 다양하게 기획하고 판매하며 MZ세대에게 친숙한 공간으로 인식되고자 했다. 카카오 브런치 마케터 김키미 작가는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라는 저서를 통해 “시몬스는 침대 없는 브랜딩 활동으로 힙한 브랜드, 친근한 브랜드, 세련된 브랜드로 정교하게 인식을 전환하며 ‘언젠가 침대를 구입할’ 잠재 고객들의 마음에 고정관념이라는 뿌리를 내린다”고 분석한 바 있다. 

시몬스는 과감히 브랜드의 핵심 아이덴티티를 버리고 MZ세대가 보고 싶어하는 공간을 꾸미며 잠재 고객인 MZ세대와 소통하고 시몬스가 잘하는 건 ‘흔들림 없는 침대’ 기술력만이 아니라 어떤 카테고리의 브랜드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디자인’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를 들어가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화려한 컬러감의 굿즈들이다. 굿즈를 보고 가장 처음 든 생각은 침대 브랜드에서 왜 이런 굿즈를 만들었을까? 무슨 의도로 이런 제품들을 판매할까? 였다. 하지만 계속 구경을 하고 있자면 맨 처음 들었던 생각은 사라지고 멍 때리며 굿즈를 구경하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었다. 

 

굿즈들은 침대, 수면과 그 어떤 관련도 없고, 대부분 3천원~1만원 사이의 저렴한 가격대로 형성되어 있었다. 모든 아이템의 공통점은 누구든지 편하게 구경하고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사고 싶게끔 만드는 비주얼이었다는 점! 자체 제작한 이색 굿즈들부터 케즈(Keds) 등 MZ세대 사이에서 인기있는 브랜드와 콜라보를 통해 선보인 굿즈들도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는 가운데 큰 맘을 먹지 않고도 한두 개씩 구매할 수 있는, 접근하기 쉬운 가격대였다.  

시몬스 브랜드전략기획부문장 김성준 상무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가 오픈한지 두 달도 안 돼 평균 5,000원대의 굿즈 판매 수익만 1억 2,000만원을 기록했을 정도로 소비자의 반응이 뜨거웠다고 한다. 

 

매장 1층은 굿즈, 2층은 농구코트와 정원, 3층에서는 디지털 아트를 관람할 수 있다. 

 

좌부터 2층, 3층

층 별 구성도 독특했다. 층별로 다른 느낌을 주며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를 구경하는 동안 ‘힙하다’, ‘맛있다’, ‘힐링된다’ 순으로 공간, 더 나아가 시몬스 브랜드에 대한 생각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했다. 맨 윗층에서 볼 수 있는 ‘오들리 새티스파잉 비디오’는 ‘멍 때리기’를 주제로 하여 볼수록 빠져들고 무의식적인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영상과 영상 속 바람소리, 새소리, 물소리 등 잔잔한 화이트 노이즈로 정서적인 안정을 준다. 시몬스는 멘탈 헬스가 점점 중요해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힐링’과 ‘치유’의 메시지를 전하는 공간이라 설명했는데, 어딘지 모르게 시몬스가 광고를 통해 강조해오던 ‘편안함’으로 귀결되는 느낌이었다. 기획자의 큰 그림이 아니었을까!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의 또 다른 큰 특징은 방문자들의 자연스러운 바이럴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22년 5월 기준 인스타그램에 #시몬스그로서리스토어를 검색했을 때 게시물이 약 2만 개 정도로 MZ세대 사이에서 인증샷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매장 2층에서는 해시태그와 함께 인스타그램에 게시물을 올릴 시 원하는 사진을 폴라로이드 형태로 인화할 수 있었으며, 실제 해시태그를 적용해 올린 유저들 게시물도 화면을 통해 하나하나 확인할 수 있었다. 

보통 침대는 고급스럽고 값비싼 이미지로, 비교적 교체 주기가 길고, 결혼이나 이사 등 특별한 계기가 아니면 평소에 관심을 갖는 타깃군이 매우 작은 편이다. 시몬스는 이러한 침대 브랜드가 갖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미래의 잠재 구매 고객인 MZ세대가 편하게 굿즈를 구경하고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이로 인해 MZ세대가 시몬스를 힙하고 트렌디한 브랜드로 인식, 이후에 실제 침대를 구매할 때 자연스럽게 시몬스 침대 고려 및 구매까지 이어질 확률 또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는 데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기존에 브랜드에 갖고 있는 선입견이나 인지도와 상관없이 매장을 방문한 고객이라면 누구나 굿즈를 구경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영상을 보며 그 자체로 재미를 느끼고 자발적 팬덤을 형성할 수 있게끔 하는 것. 호기심과 재미로 시작해서 실제 구매 시까지 우리 브랜드가 떠오르게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커뮤니케이션하고 싶은 타깃들과 한 발 더 가까워지는 출발점이다. 

 


“우리 브랜드가 얼마나 진심인 줄 알아?”
아묻따! 브랜드 속에 폭 빠져들어 느낄 수 있도록 감각을 자극하기!

출발이 좀 늦어졌더라도 명확한 컨셉과 뱡향이 잘 설정되어 있다면 탄탄한 브랜드 설계를 바탕으로, 이것을 무기로 타겟에게 다가간다면 언젠가는 진심이 통하기 마련이다. 브랜드가 무르익지 않은 단계라는 점이 오히려 ‘내가 몰랐는데 이렇게 좋은 게 있었어? 뭐지? 궁금해’로 폭발적인 호기심과 관심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효과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신사동 매장을 통해 접한 ‘식스티세컨즈’가 여기에 딱 맞는 케이스였다. 4월부터 5월초까지 한달 정도 기존 판매 매장을 활용해서 식물 전시 ‘Take a green breath’를 진행했는데 누구나 아는 대중적인 브랜드라 말하긴 어렵지만,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뭔지 알 수 있었다.

‘식스티세컨즈’가 이번 전시를 하며 손잡은 건 ‘슬로우파마씨'. 브랜드 컨셉과 톤앤매너가 딱 떨어지는 협업이었다. 하루의 가장 긴 쉼인 잠과 휴식의 가치를 전하고자 하는 브랜드가 식물을 통한 치유와 느린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브랜드와 함께한 건 정말 똑똑한 기획! 

매장 내 식물, 휴식, 수면과 관련된 명언이나 구절들이 배치되어 있음

주목할 점은 단순 메시지만 전하며 제품과 식물을 배치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 이 공간의 모든 오브제와 아이템들을 통해 방문객이 피부에 닿는 촉감, 들이쉬는 숨으로 느껴지는 향, 보여지는 컬러와 디자인으로 브랜드가 말하는 바를 흡수할 수 있었다. 
  

말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느린 라이프스타일’이 무엇인지를 체득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머리로 기억하려고 하지 않아도 매장에 있을때는 물론 매장 밖을 나온 후에도 브랜드가 주는 느낌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느린 라이프스타일에 대해서 아무리 말로 설명한들 느껴보는 것보다 확실한 전달은 없다는 판단에서 기획되었을 거라 생각된다. 
 

솔직히 매장을 방문하기 전에 우려된 점이 있다면, 전시가 매장에서 진행된다는 것이었다. 기존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에서 진행된 전시이다 보니 아무래도 상주하는 직원이 다가와서 구매로 이어지게끔 노골적으로 유도를 하거나 소비를 하지 않고 둘러보는 것이 부담스럽진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브랜드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이가 부담없이 자연스럽게 친절하게 이 브랜드가 어떠 브랜드인지 친절하게 설명해주었기에 판매 직원이라기 보다는 이 브랜드를 알려주는 도슨트와 같은 느낌을 받았다. 브랜드 호감도도 자연스럽게 상승할 수밖에 없는 포인트였다.


이런 브랜드도 언제나 존재한다. 규모가 아직 작고, 인지도도 높지 않은, 후발 주자에 속하지만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향한 열정과 진심을 널리 알리고 싶은 브랜드. 무작정 ‘우리 제품 좋아요! 사세요!’라고 외치는 게 아니라 ‘우리와 함께하면 경험할 수 있는 이것, 누려보지 않으실래요?’라고 은근슬쩍 유혹할 줄 아는 브랜딩. 이게 진짜 ‘찐으로 브랜드를 사랑하는 진성 고객’과의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핵심 전략이다.


마무리하며..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대면 행사 규제가 완화되면서 소비자들과 접점을 넓히기 위한 팝업스토어 공간을 선보이는 브랜드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특별한 공간을 선보이며, 소비자와 소통하고 싶다는 같은 출발점에서 시작하지만, 공간을 통해 우리 브랜드가 어떤 메시지를 중점적으로 전달하고, 우리 브랜드가 소비자들의 마음 속에 어떻게 기억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에서 차이가 발생하고 실제 소비자들의 기억 속에 남는 이미지도 달라진다.

우리 브랜드는 어떻게 기억되어 왔고, 앞으로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가? 

 

PRGATE 강주언, 이예빈이 매트리스 팝업스토어에 다녀온 생생한 후기를 3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드립니다!

씰리 : #목화 #포토존 #히스토리
시몬스 : #감성디자인 #브랜드파워 #멍때리기
식스티세컨즈 : #브랜드 톤앤매너 #찰떡 콜라보 #사색과 휴식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