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혹시 CSO라는 단어 들어보셨나요?
<출처: 매일경제, "ESG경영 선장 CSO 모셔라"…현대重·신한금융 '잰걸음'>
경제 뉴스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CEO(최고경영자), CTO(최고기술책임자), CFO(최고재무책임자)와 마찬가지로 기업을 운영하는 C레벨의 직책을 의미하는 새로운 단어인데요, 바로 최고지속가능경영책임자(Chief Sustainability Officer)를 일컫는 말입니다. 새롭게 등장한 이 직책의 배경에는 바로 요즘 기업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인 ESG가 있습니다.
이미 SK, LG, 포스코, 한화, 네이버, 카카오 등 대기업들은 발빠르게 ESG를 전담하는 부서나 팀을 따로 신설하며 ESG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고, 미디어에서도 ESG 특집과 별도 섹션 등을 마련하며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제 ESG는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경영에 필수적인 개념이 되었는데요. 기업 커뮤니케이션 영역 역시 ESG를 반영해 새로운 전환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과연 ESG 시대의 기업 커뮤니케이션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까요?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3가지 단어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들어진 용어로 투자 의사 결정시 기업의 재무적 성과만을 판단하던 전통적 방식과 달리,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 가치와 지속 가능성에 영향을 주는 비재무적 요소를 기준으로 기업을 평가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2000년 영국을 시작으로 주요 국가에서 상장사에 ESG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제도를 마련했고, 국내에서도 오는 2025년부터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의 상장사는 ESG 공시를 의무화하고, 2030년부터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로 범위를 확대할 예정입니다.
ESG는 단순히 기업이 ‘착한 기업’이 되어야 한다는 일차원적인 맥락에서 머무르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만약 내가 투자자라면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고 싶겠죠? ESG는 투자자 입장에서 투자할 기업이 얼마나 오랫동안 건강한 상태를 지속하며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지 진단하는 지표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기업이 단기적으로 재무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ESG를 훼손하는 결정을 내리면 오히려 기업의 존속이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ESG 경영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에 리스크가 될 수 있는 3가지 요소를 미리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으로 볼 수 있죠. 정부에서도 사회와 공동체에 영향을 많이 끼치는 기업을 위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관리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비단 공공영역 뿐만 아니라 민간영역에서도 ESG 경영을 요구하고 있는데요. 최근 트렌드를 주도하는 핵심적인 소비층으로 떠오른 이른바 MZ세대는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신념과 취향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가치소비를 추구합니다.
ESG 경영은 기업이 단순히 훌륭한 가치를 추구하는 것 이상으로,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한 본질적인 가치 실현에 대해 좀 더 깊이 있는 고민과 성찰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전체 조직시스템을 변화시키는 전사적인 차원에서의 혁신을 이야기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입니다.
ESG 시대의 기업 홍보 역시 기업의 본질과 철학, 가치를 제고해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향성을 제안해야 하는데요, 각 요소별로 기업들이 어떤 방법으로 ESG를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는지 한번 살펴볼까요?
환경(Environment)
환경문제는 꾸준히 논의되어온 이슈이자 기업에서도 가장 친숙한 영역일 것입니다. 그러나 ESG 관점에서 기업은 단순히 선언적인 공익활동이나 일시적인 캠페인 활동을 넘어선 무언가를 보여줘야 합니다. 이제 단순히 에코백을 나눠주는 것만으로 친환경적인 기업이 될 수는 없는 시대가 온 것이죠.
ESG 시대의 기업은 태생적으로 동반하는 환경 이슈에 대한 의제를 발굴하고, 이를 이해관계자들과 논의하며 적절한 해결방안을 장기적으로 고민해야 합니다. 제품 생산부터, 서비스, 자사의 기업 활동과 연관되는 모든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고 더 나은 방향을 찾아 나가야 하는데요. 특히 윤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MZ세대 소비자들에게 환경 문제는 가장 민감한 요소이기 때문에 친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진 만큼 기업 역시 환경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이 없다면 단순한 그린마케팅은 오히려 타격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이니스프리는 플라스틱을 사용한 용기를 ‘페이퍼보틀(paper bottle)’이라는 이름으로 홍보하다 홍역을 치렀는데요. 종이로 만든 친환경 제품처럼 홍보했지만 실제 소비자가 겉면을 잘라보니 내부에 플라스틱용기가 숨겨져 있었다고 SNS에 글을 올리면서 논란이 되었습니다. 브랜드에서는 나름대로 기존 플라스틱 비중을 절반 이상 줄여서 출시한 제품이었지만 이름을 페이퍼보틀로 붙이면서 비난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수분크림으로 유명한 화장품 브랜드 시타(Siita)는 생분해 플라스틱으로 용기를 제작한데 이어서 다 쓴 용기를 직접 수거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한발 더 나아가 수거한 용기는 생분해시켜 퇴비로 만드는 자체 시스템을 마련했습니다. 제품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제품의 라이프사이클 전반적으로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그야말로 완벽한 제로웨이스트 제품을 탄생시킨 것이죠.
공식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브랜드 소개를 살펴보면 시타는 브랜드의 미션을 “새로운 제로 웨이스트로의 시대로 전환하여 우리 모두의 고향을 구하는 것”이라고 제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뉴 제로 웨이스트’라는 새로운 선언이 눈에 띄는데요. 시타는 뉴 제로 웨이스트를 실현, 검증, 책임이라는 원칙으로 세상을 폐기물에서 멀어지게 하는 움직임으로 정의하며, 기존 제로 웨이스트와 차별점을 두는 동시에 다른 기업이나 브랜드의 친환경 메시지와는 차별화된 커뮤니케이션을 펼치고 있습니다.
사회(Social)
최근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단순 기부 활동에 벗어나 많이 다양해졌는데요. ESG 시대의 사회활동은 이전보다 더 적극적이고 실천적인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요구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최근 기업과 브랜드가 우리 사회의 소외계층, 소수자 인권 같은 사각지대에 놓인 사회 이슈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메시지를 능동적으로 제시하는 브랜드 액티비즘(Brand Activism)은 이 같은 맥락의 기업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나이키 재팬은 다문화가정, 재일교포, 왕따 피해자인 10대 소녀들을 주인공으로 한 영상 광고를 SNS에 게재했습니다. 주인공들이 사회의 차별적인 시선 속에서 축구를 통해 이를 극복하고 자아를 찾아간다는 내용을 담았는데요. 동영상은 공개한지 일주일만에 1,00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6만건 이상의 댓글이 달렸다고 합니다. 댓글에서는 영상에서 지적한 일본사회 내 인종차별, 성차별, 따돌림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나이키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았습니다.
<출처: 이노코미스트, [허태윤 브랜드 스토리] 일본 열도 갈라놓은 나이키 브랜드 광고, 사진/유튜브 캡쳐>
나이키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다수의 소비자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대부분 기업의 사회 활동은 많은 사람들에게 지지를 받는 것을 목표로 삼고 사회구성원이 모두 공감하는 메시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생각해보면 다수가 불편해야 하는 얘기야말로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가장 잘 드러내는 메시지이고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는 꼭 나서서 이야기해야 하는 가치 있는 커뮤니케이션이 될 수 있습니다.
나이키 재팬은 광고가 일본 내에서 논란이 되자 다음과 같이 공식 답변을 남겼습니다.
“광고의 목적은 젊은이들이 변화와 미래를 만드는 데 스포츠를 활용하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며 나이키는 모든 사람에 대한 존중과 평등을 호소하는 것이다. 광고는 불매 운동이 일어나도 계속될 것이다”
불이익을 받더라도 해야 할 이야기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할 것이고, 이 메시지가 바로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라는 점을 이야기하는 것만큼 진정성 있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이 있을까요? 불과 몇 년 전 드라마를 보면서도 격세지감을 느낄 만큼 우리 사회에서 인권이나 사회적 가치에 대한 기준을 점점 더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소수를 위한 목소리를 내는 기업이 오히려 미래에는 다수가 공감하는 가치를 대변하는 브랜드가 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기업은 더 진정성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지배구조(Governance)
지배구조는 친환경이나 사회공헌에 비해서 커뮤니케이션 영역에서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지만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한 투명한 기업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라 생각하면 무엇보다 커뮤니케이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출처: 연합뉴스, [카드뉴스] 회장님 일탈 '오너 리스크'에 눈물 나는 직원들>
기업이나 브랜드를 평가하는 기준은 제품이나 서비스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사람들은 이제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내부 구성원을 어떻게 고용하는지, 일하는 방식에 인권침해적 요소는 없는지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기업을 평가합니다. 몇 년 전부터 지속적인 이슈가 된 경영진의 ‘갑질’ 논란 또한 기업 내 올바른 경영문화가 정착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요즘 블라인드, 잡플래닛 등 기업 평가를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는 직장인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고위 임원뿐 아니라 사내 구성원 개개인이 하나의 미디어로서 역할을 하게 되었고 그만큼 리스크가 커졌습니다. 즉, 보다 적극적인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회사에 대한 내부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듣고 경영활동에 이를 반영하며 내부 구성원들을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기업 내부에서 벌어지는 이슈를 개인의 일탈로 보지 않습니다. 해당 기업의 조직 문화의 문제로 인식하고, 결국 기업과 브랜드 이미지와 평판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히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꿈의 직장 중 하나로 손꼽히던 카카오는 블라인드 게시판을 통해 내부에서 문제시 되던 불합리한 인사평가 제도, 낙하산 인사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며 기업 이미지가 한순간에 하락했습니다.
올초 SK하이닉스는 성과급 문제로 인한 노사 갈등이 외부에 공개되면서 논란이 있었습니다. 회사 실적에 비해 낮은 성과급에 반발한 직원들이 블라인드를 중심으로 이에 대한 불만을 제기한 것인데요. 여론이 고조되자 최고경영진이 직접 나서 노사협의회를 열고 새로운 보상을 약속해 사태를 수습했습니다.
여기서 문제의 원인은 직원들이 납득할 수 없는 보상체계를 회사가 일방적으로 통보한 소통방식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업은 일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직원에게 지급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보상에 대한 체계적인 기준과 시스템을 내부 구성원들에게 명확하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기준과 시스템에 대한 논의가 전반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데요. 다소 지지부진하게 느껴지더라도 내부에서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을 거치게 되면 외부로 나가는 불만의 목소리가 사라지고 그만큼 리스크를 줄일 수 있습니다.
최근 유행어 중에 ‘돈쭐(돈으로 혼쭐내다)’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셨을텐데요. 착한 기업이나 가게 매출을 올려주기 위한 단체 소비행동을 의미합니다. 불매운동의 반대 버전이죠. 이제 소비자들의 지지와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기업이 단순히 질 좋은 제품을 적당한 가격에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환경과 인권, 기업 윤리 등 다양한 사회적 요소들을 고려해야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기업 커뮤니케이션 역시 기업의 좋은 점을 이야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되기 위해 어떤 가치를 이야기해야 할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해야 사람들이 진정성 있는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더 깊은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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