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도로를 보면 다양한 브랜드의 수입차가 참 많습니다. 수입차라고 하면 “와… 신기하다”라고 생각했던 것도 어느새 옛이야기가 되어버렸는데요. 실제로 수입차 시장은 최근 몇 년 간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2020년에는 전년 대비 12.1% 증가한 총 276,143대의 수입차가 등록 되며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을 달성했습니다.
눈부신 성장 가운데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수 년 간 업계 1위로서 입지를 다져 온 메르세데스-벤츠가 국내 중견 3사(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쉐보레)의 연간 판매량을 앞섰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대 당 수억을 호가하며 소수 특권층의 전유물과 같았던 롤스로이스, 벤틀리, 마세라티 등 슈퍼카 브랜드들이 약진하며 전반적인 수입차 산업의 성장을 이끌었죠.
이렇게 수입차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한 데에는 코로나19로 인한 보복 소비와 더불어 여러 수입차 브랜드의 다양한 마케팅 활동이 배경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중후하고, 성공한 사업가를 위한, 특권층만을 위한 차’와 같은 천편일률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고 보다 다양한 고객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것은 물론 ‘가치’와 ‘경험’에 집중하고자 하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에 반응해 이전에 보지 못한 완전히 새로운 방법으로 소비자와 소통하고 있는데요.
현대자동차는 최근 가상세계인 메타버스를 통해 시승 행사를 열었으며, 쉐보레는 가상 인간 ‘로지’를 앞세워 브랜드의 첫 전기 SUV인 볼트 EUV를 선보였습니다. 더 이상 모델도, 실제 차량도 필요하지 않은 수입차 업계의 마케팅 활동, 그 한계는 과연 어디까지일까요? 지금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는 PPL(Product Placement)입니다. 제품 배치의 준말인 PPL은 드라마, 영화, 예능 등에 브랜드의 제품을 배치해 상품을 홍보하는 방법인데요.
최근 메르세데스-벤츠는 인기리에 방영 중인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에 CLS, GLE, E-클래스 등 여러 차량을 지원하며 세그먼트를 아우르는 다양한 면모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오프로드 드라이빙 역량을 갖춘 SUV 모델인 GLE는 캠핑을 사랑하는 채송화 역의 전미도 배우와 찹쌀떡 케미를 뽐내며 그 매력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또, 볼보는 <JTBC 효리네 민박>, <tvN 윤스테이>, <JTBC 바라던 바다> 등의 예능 프로그램의 단골 PPL 브랜드인데요. 탄소중립과 지속 가능한 생산에 확고한 철학을 드러내는 브랜드답게 인간과 자연의 공존과 환경 보호에 대한 의미를 담은 프로그램인 <바라던 바다>, 환경운동에 앞장서는 이효리 님과 같이 브랜드의 철학과 잘 맞는 요소를 찾아 효과적으로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캐딜락은 마피아 변호사의 이야기를 담은 <tvN 빈센조>에 CT4, CT5, CT6 등의 세단 전 라인업과 XT5, XT6, 에스컬레이드의 SUV 라인업 등 캐딜락의 주력 모델을 지원해 다이내믹한 퍼포먼스와 탄탄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소비자가 경험할 수 있게 했는데요.
이처럼 PPL은 작품의 분위기와 배우의 이미지에 따라 자연스럽게 브랜드에 호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영상 매체를 통해 제품을 시연하며 제품 활용 능력을 보다 다양하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두 번째는 브랜드 경험을 강조한 활동입니다. 소비자가 직접 브랜드를 체험하고 브랜드가 가진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인데요.
영종도에 국내 최대 규모의 드라이빙 센터를 구축한 BMW는 지난 7월, BMW M 시민을 위한 M 타운을 공개했습니다. BMW의 고성능 자동차 브랜드인 M 브랜드의 고객을 위해 특별히 마련한 공간인데요. M 라인업과 M 컬렉션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M 트랙 데이, M Citizen 드라이빙 패키지, M 나이트 등 BMW M 라인업의 고객들이 누릴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그런가 하면, 지프는 매년 지프가 추구하는 장인 정신과 가치, 독보적인 4X4 성능과 고유의 감성을 경험할 수 있는 오프로드 축제인 ‘지프 캠프(Jeep Camp)’를 개최하는데요. 다채로운 시승코스는 물론 캠핑, 뮤지션 퍼포먼스, 타투, 우드크래프트, 짚깅(Jeep-ging: 지프와 함께하는 바다 정화 활동) 등 매년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지프가 추구하는 건강한 오프로드 드라이빙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오너들이 소유한 차량이 가진 정통 오프로더로서의 매력을 한껏 뽐낼 수 있는 지프 캠프는 항상 기다려지는 행사가 되곤 합니다.
이 밖에도, 메르세데스-벤츠는 용인에 위치한 브랜드 전용 트랙인 AMG 스피드웨이에서 매년 AMG 드라이빙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소비자가 직접 AMG 차량을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전문 인스트럭터와 동행해 레이싱 스킬을 배워볼 수 있는 AMG 드라이빙 아카데미는 참가자의 운전 경험에 맞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 특징인데요. 메르세데스-AMG의 다양한 고성능 라인업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브랜드 경험을 강조한 마케팅 활동은 차량을 통해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새로운 소비문화를 반영할 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자신에게 딱 맞는 감성을 고려한 소비를 하기 때문에 충성도 높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그리고 개성 있는 프로그램을 구성한 브랜드는 잠재 고객에게 해당 브랜드의 차량을 사고자 하는 이유를 한 가지 더 마련할 수 있겠죠?
마지막은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는 라이프스타일 중심의 활동입니다. 이번에는 정말 자동차가 등장하지 않는 활동이 많은데요. 그게 무슨 ‘홍철 없는 홍철 팀’같은 소리냐고 물으실 수 있겠지만, 사실 아주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라이프스타일 중심 마케팅의 대표주자는 바로 볼보인데요. ‘환경을 생각하는 가족 중심의 안전한 차’의 대명사 이미지가 하루아침에 생겨난 것은 아닙니다.
볼보는 지난 2019년부터 달리면서 쓰레기를 줍는 볼보 자동차의 친환경 러닝 캠페인, ‘헤이, 플로깅(Hej, Plogging)’을 통해 지속 가능성이라는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전달하고 있으며, 볼보의 ‘스웨디시 프리미엄’을 지속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고객 로열티 프로그램, ‘헤이, 클라스(Hej, Klass)’를 통해서는 스웨덴의 ‘라곰(Lagom)’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클래스를 마련해 브랜드가 뿌리를 두고 있는 정서를 고객들도 경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스웨디시 라이프를 제안하기 위한 오너 가족 대상의 행사 ‘헤이, 파밀리(Hej, Familj)’를 개최하고 있는데요. 방금 소개해드린 세 가지 프로그램 그 어느 곳에도 차량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볼보가 자연과 더불어 사는 지속 가능한 기업이며, 가족과의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족 중심의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게 되는 것이죠.
이처럼, 더 이상 수입차 브랜드는 당대 최고의 몸값을 호가하는 대배우들을 모델로 삼아 폐쇄적으로 호텔에서 소수만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 활동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트랙, 자연, 심지어는 휴대폰으로도 차량을 경험할 수 있는 요즘, 수입차 업계는 전에 없이 더욱 활발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요. 장벽을 허물고 경계가 무색하게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은 차량을 체험하는 것은 물론 브랜드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와 소비자들의 지속 가능하고 바람직한 라이프스타일에 주목해 그 가능성을 더욱 확장하고 있습니다. 수입차 브랜드가 앞으로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그 무한한 가능성을 주목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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